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삶이 그대를 슬프게 할지라도


대학교 2학년, 스물한살 때의 일입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도 않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새파랗기만 했던 21살의 어린녀석은 능력에 넘치게도 나름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되었고, 부족하기만 한 주제에 그걸 어떻게든 잘 되게 해보겠노라고, 지금 생각하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부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계획은 완벽했다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이뤄지는 건 별로 없고 학점, 생활비, 이성관계 등과 같이 이런저런 잡다하고 찌질한 문제들에 치여가며 그저 세상과 자신을 원망하며 여러분의 21살처럼 그렇게 고단한 한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어지럽고 지난밤 마신 술의 숙취에 정신을 놓고 지내다가, 어느 서점에 들어갔고, 한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삶이 그대를 슬프게 할지라도'

그렇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세계 각지의 명언이나 시구, 격언 등을 모아 놓은 잠언집입니다. 각 내용은 짧게는 한페이지에서 길게는 두어페이지의, 짧게 짧게 읽을 수 있는 분량들입니다만, 그 무게와 깊이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엮은이의 머리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책 한권 있었으면 했다
길을 걸을 때 분위기에 취해 흥얼거리는 노래말과 같이
...(중략)...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하고 허전하고 고독할 때
...(중략)...
지식의 샘물을 마시고 싶어 오아시스를 찾아 헤맬 때
...(중략)...
씹으면 씹을수록 달디단 맛을 내는 감초같이
...(중략)...
아직 덜 자란 초목을 올곧게 크도록 받침대를 놓아주듯
...(중략)...
삶의 어둠 속을 헤맬 때나 인생의 이정표를 찾지 못할 때
...(중략)...
휘황찬란하게 꾸미진 않았어도 정갈하고 아늑한 정원 같이
...(중략)..."

힌두교의 경전에서 인디언의 격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아름다운 운율을 뽐내며, 깊은 삶의 지혜를 선사합니다.

물론, 다양한 주제를 짧은 내용으로 엮어냈다 보니, 하나의 삶의 지혜라던가 방향성을 얻기는 어렵지만, 덕분에 언제든 마음이 심난할 때, 외로울 때, 고난할 때, 어느 페이지든 펼치고 위안을 얻고 어둠 속에 작은 불빛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어느정도 굳은살이 박혀서 어지간한 일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는, 나이에 니은자 붙어가는 즈음이라면 조금 평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기에 스치는 바람에도 눈물 떨구는 애송이일 때, 또는 그때를 회상하며 읽기 참 좋은 책입니다.

책의 이야기 중 하나의 문구를 인용하며 서평을 마무리 할까 했는데, 하나만 고르기 어렵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골라서 짧은 문구 하나만 이용해 봅니다.
삶이 그대를 슬프게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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